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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아기를 기다리는 모든 불임부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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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07-03-09 조회4,646회

본문

어제 저녁 별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밤 하늘 너머까지 때늦은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겨울내 기상청의 발표와는 달리 그리 춥지도 않았고, 그리 눈이 많지도 않아 이대로 겨울이 끝나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이들에겐 참으로 반가운 뜻밖의 풍경이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아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이런 뜻밖의 기적들이 종종 있곤 합니다.

시댁 식구들과의 가족행사장에서 돌아온 늦은 저녁.
남편은 늘 자상하지만 그 역시 사람인지라 피곤한 어깨를 두드려가며 욕실로 향하고, 아내는 거울속의 자기 스스로를 물끄러미 쳐다 봅니다. 꿈 많았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교육과를 전공한 그녀 답게 빈국의 봉사단을 자청해 비행기에 오를 때만해도 가정을 가지고 아가를 기다리는 일은 그저 남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어느 덧 그녀는 십년은 더 나이먹어 버렸고, 그 십년 더 나이먹은 얼굴로 거울속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제의 그녀가 아닙니다.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남편과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었던 몇 년전, 스스로를 고립속에 밀어넣고 누구의 위로나 위안도 도움이 안됨을 절실히 느끼며 그저 이 악몽과 고통이 빨리 끝나기만을 빌고 또 빌었던 그 때의 그녀가 아님을 스스로 인식합니다. 손아래 동서가 안고 온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아가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진실로 축하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시댁 부모님께도 먼저 "저희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선생님 말씀이 올 핸 꼭 생긴대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안의 금기인 "아가 가지는 문제에 대한 언급"을 그녀 스스로 깨버렸습니다. 마음속 가득히 뭔가 시원한 느낌이 전해옴을 느꼈습니다. 오히려 당당해지고, 떳떳해지고, 먼저 아는 이들에게 전화를 하고, 안부를 묻고 열심히 운동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달라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늘 가족모임을 끝내고 돌아온 집.
문득 그녀는 병원에 간지 꽤 되었음을, 생리가 아직도 시작되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감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시험관아기시술을 세 번이나 했는데도 수치조차 나오지 않았던 그녀이기에 어설픈 기대와 엄청난 허망함을 이 밤에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피곤한지 남편은 술에 취한 채 코까지 골며 잠을 잡니다.
그녀는 고민입니다.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는 이 작은, 하지만 엄청난 선택앞에 쩔쩔매며 땀을 흘려댑니다.
임신테스트기는 몇 십개가 쌓여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잠을 청해보지만 코고는 소리보다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여명......
새벽녘 어스름속에 그녀는 환영처럼 무엇인가를 보았습니다. 하얀 손자락이 하늘거리며 그녀에게 손짓을 합니다.
미소를 띤 얼굴......누군지 알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그 얼굴은 바로 자신입니다.
벌떡 일어나 그녀는 테스트기를 빼 들고 욕실로 갑니다. 이렇게 헛 것이 보일 정도라면 검사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잠시후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화들짝 놀랍니다.
원인도 없이, 검사를 해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듣기를 5년만에 그녀는 임신테스트기위의 선명한 분홍색 두 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순간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사실일까? 불량품은 아닐까?'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고, 병원으로 향하는 그녀에게 택시 속 30분이 그녀가 살아온 30년 만큼이나 길게 느껴지는 그 순간, 그녀는 병원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환희......
초음파속에 새까만 물방울 같은게 보입니다.
참으로 그토록 만나보고큰 아기집이랍니다.
화장이 지워지는지도, 창피한지도 그녀는 느끼지 못합니다. 아니, 그녀도 모르는 새 두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목젖은 타들어갑니다.
'너를 만나는 길이 참 힘들구나'
마주 앉은 선생님은 더 기쁜 얼굴로 정상적인 임신임을 말씀하시지만, 그녀는 그저 울고만 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친구에게 부케를 던지던 날이 생각납니다.
그 친하던 친구가 3년후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돌잔치를 하던 날, 그녀는 밤 새 한 잠도 자질 못했습니다.
너무도 억울했던 많은 시간들이 머리속을 흘러갑니다.

전화를 합니다.
아기집을 처음 본 날로부터 2주 이제 아가는 힘찬 심박동을 시작했습니다. 초음파를 통해 들리는 아가의 소리는 그녀에게 살아야할 의지와 삶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도 남습니다. 남편은 7주말이 되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은 그녀에게 화를 내면서도 그 말 정말이냐는 말을 수없이 해댑니다. 조퇴를 하고 온다는 남편을 말리고, 시댁을 찾았습니다. 성질 급하시고 평소 하고 싶은 말씀을 너무 직설적으로 하시는 시어머니시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저 "대견하다. 고생했다"는 말씀뿐 입니다. 아버님 역시 추운데 어이가라 하시며 손수 집까지 운전을 해주십니다. 아무리 됬다 사양하여도 될 일이 아님을 느끼며, 이 현실이 지속되기만을, 아기가 제발 건강하기만을 바래봅니다.

단 하나의 상황이 바뀔 뿐이지만 세상은 온통 달라집니다.
아기가 없을 때의 현실......
부모님의 기다림과 주사를 맞는 고통, 임신이 아님을 통보받고 난 날 오후의 허탈함, 다시 시작하기까지,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까지의ㅣ 좌절과 고뇌, 텔레비젼에서 혹은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아이들속에 나의 아이 하나가 없다는 허망함.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기적만이 아닐 것 입니다.
작게는 2~3년에서 길게는 10년넘게까지 과연 임신이 되고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속에서 임신에 대한 갈망으로 삶을 지탱해 온 이 땅의 모든 불임부부들에게 위에서 이야기한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모든 아내들일 것 입니다.
작년 10월에 본원을 찾았던 000님의 실제 사연을 이렇게 올리는 것은 우리 모두, 희망의 빛이 꺼졌다고 생각할 때, 체념과 포기의 단어가 혀끝을 맴돌 때 삶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우리에게 살아야할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때문입니다.
지금 개나리 새순이 돋다가 눈발이 날리는 폼이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압니다. 결국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을......
저 역시 저희병원을 찾는 모든 불임부부에게 결국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봄이 빨리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야 하기에......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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