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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에세이- 아가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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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래와희망 작성일2007-07-19 조회3,877회

본문

사람이 그립습니다.

별을 사랑했고, 시를 사랑했고, 사람을 사랑했던 지극히 아름다운 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사랑을 했고 무작정 남자를 따라 나서 도시에 정착을 했답니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둘은 열심히 일을 했어요.
남자는 비록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어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아픈 허리를 두드려가며 도시의 어둠을 벗삼아 돈을 모았습니다.
그녀 역시 맨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둑질 빼고 다 했다시피 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의 초입에 들던 어느 날.
남자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답니다.
헐거워진 자전거의 체인이 문제가 되었지요.
보도 한 켠에 자전거를 세우고 공구함에서 작업용 장갑을 꺼내고 고개를 숙이던 순간, 남자는 등 뒤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그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아내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지요.
큰 두 눈가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채로......

심한 사고였나 봅니다.
그는 다시는 일어나 걸울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그저 꿈이려니 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해야할 일이 많은데, 벌어야 할 돈이 많은데, 아내에게 약속한게 너무도 많이 남아있는데......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병실의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함박눈이 가는 바람에 흔들리며 쏟아지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 길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잰 걸음으로 도로를 꽉 매우고 있었습니다.
네온사인이 멀리 깜박이고, 도시의 수많은 교회첨탑엔 세상을 환히 밝히시려 이 땅에 내려오셨다는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노랗게, 또는 빨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사고에 대해 말했습니다.
가해자를 찾을 길도 없는 뺑소니 사고 였고, 그간 모았던 돈은 치료비로 고스란히 들어가버렸다고 하였습니다. 원망은 아니었지만 미래에 대한 약속을 잃어버린 가엾은 영혼에서 나오는 절망의 목소리는 남편을 더욱더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또 한번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남편은 휠체어에 의존해 이것저것 만들고, 고치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고, 아내는 한 달에 두 번 쉬는 식당에서 비번날이라 돌아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밖은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한 겨울이었고, 집 안 역시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았지만 집에 들어서는 아내는 훈기를 느낍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내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밉니다.
통장이었습니다.
재기의 발판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부부는 무언가가 빠져있는 자신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실이 문득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기 까지 많은 고민과 포기가 반복된 후 부부는 병원을 찾습니다.
남편은 척추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관계를 통해 아기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지요.
다행이, 아주 다행이 고환을 절개한 후 떼어낸 작은 조직내에는 살아있는 정자들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행하고, 난자안에 정자를 직접 찔러넣는 미세조작술을 시행한 후 배아를 몸속에 이식했습니다.

많은 기다림.

그 부부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고가 난 그 겨울 의식이 없는 남편 곁에 서서 바라본 겨울 창밖, 그 행복하고 즐거운 저녁 풍경속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왜 세상은 이렇게 심한 고통을 그들에게 안겨주었을까요? 딱히 그들이 받아야 할 만큼의 고통이었을까요?

삶은 때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우리를 고통과 슬픔의 길로 이끌곤 합니다. 병원을 찾아 시험관아기시술을 시작한 또 다른 분은 언니의 돌도 지나지 않은 아가가 심장판막에 중증의 이상이 있어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차마 언니는 간호도 하지 못한다하여 대신 병원을 지키고, 주사를 맞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 고통의 깊이를 우리가 과연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세상은 살기가 쉽지만은 않은 곳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더 희망이란 단어가 소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버거운 하루 하루를 견디고 고통의 시간들을 인내하여 마침내 임신에 성공한 순간, 그 느낌이란 겪지 않은 분들은 차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4년, 5년 그리도 오지 않던 아가가 마침내 뱃속에 잉태해 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
그 눈물나는 결실의 순간을 우리 병원에 다니는 모든 분들이 멀지 않은 미래엔 꼭 경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개원을 하고 일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만난 모든 분들이 저에겐 분에 넘치는 과한 인연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수도 있었고, 서운한 마음에 떠난 분들도 계십니다. 의사도 인간이라 말하기엔 저를 찾는 모든 분들의 상황이 그리 녹녹치 않기에 저 역시 늘 많은 고민과 최선을 다한 시술을 하려 노력한답니다.
성공한 분들보다 아직 아기를 가지지 못한 채, 저를 정말 믿어주고 신뢰를 보내주는 많은 분들께 정말 멀지 않은 미래에 그 희망의 결실과 씨앗이 눈 앞에, 사랑가득한 현실로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봅니다.
산은 그대로 산이고, 하늘은 그대로 하늘인데 사람 마음만 이리저리 흔들리며 바람을 탑니다.
오늘 누군가는 임신이 되었는지 걱정하며 새벽부터 저 처럼 깨어 있겠지요. 다른 이는 실패의 전화를 받고, 많은 눈물을 흘리고,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젖은 목젖을 녹이고 있을 거구요.
그래요. 이게 우리네의 하루하루 인 것 같습니다. 이 쉽지 않은 시간너머 어딘가 전에 말씀드렸던 종착역이 꼭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피곤한 몸으로 일어나, 객실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서늘하고 시원한 공기와, 밝은 햇살과, 화사한 꽃내음 가득한, 그 무엇보다도 부부를 똑닮은, 그리도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가를 만나볼 종착역이 꼭 있습니다.

오늘 하루 역시 누군가의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지는 소중한 날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모두는 행복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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